문화를 누리는 지혜/책이야기

마을에서 가장 소중한 곳, 새터, 2000년, 게리 헐

주인공을 찾는 아이 2009. 12. 14. 22:17

 

 

 

줄거리

 

나이든 산제비가 어느날 그곳에 갔다. 그곳은 현재것은 물론 훨씬 오래전의 것들로 가득차있다.

그러던 어느날 그곳을 지키는 아름다운 여인의 우울한 얼굴을 보고 그곳을 지켜야겠다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비둘기, 개, 고양이들을 설득시켜 그곳을 지켜낸다.

그곳은 어디일까?

교회당, 학교, 기업, 경찰서, 병원......

모두 중요한 곳이지만 이곳만큼 늙은 산제비에게 중요하지 않다.

아니 이제 산제비뿐만이 아니라 그곳을 사랑하는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 이곳은 없어서는 안될 곳이 되었다.

그런데, 시장이라는 사람이 이곳을 없애려 한다. 단지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그런 시장의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논리에 내뱉는 산제비의 촌철살인과도같은 한마디...

"여기를 잘 보존하면 표가 많이 갈 겁니다."

금방전까지 이곳을 없애려던 시장. 바로 보존하기로 결정한다.

이곳은 어디일까?

 

이 책을 권해준 아이

녀석은 자신의 장점을 잘 모르고 오로지, 자기보다 한살많은 언니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탓하기도 한다.

언니는 공부도 잘하고 자기보다 날씬하고 부모님으로부터 신뢰를 많이 얻는 반면, 공부를 썩하지 못하고 남들보다 조금 뚱뚱한 자기는 부모님으로부터 편하게 지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한다.

자기는 온통 헛점투성이라는 것이다. 내가 봐도 그런 면이 있었다. 여느 아이들처럼 자기위주로 생각하는 것도 많았고, 그에 반하는 친구들은 거의 내쳤다. 그러다보니 이기적이고 독선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실제로 아직도 그런 부분이 있지만 내가 처음 녀석을 만났을 때보다는 훨씬 좋아졌다.

그건 친구들이 그 녀석을 대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게다가 늘 떠나갈까봐 불안해하던 친구관계는 좋아지고 녀석이 잘하든 못하든 녀석과 함께 있을 때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생기면서 남을 배려하는 모습도 눈에 띄게 생겼다.

게다가, 녀석은 남들은 갖고 싶어도 갖기 어려운 장점을 갖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글쓰는 능력이다.

녀석이 이 책을 읽고 독서감상문을 썼다. 글의 줄거리, 인상깊었던 부분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느낌, 전체 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는 독서감상문은 가끔 가끔 보였던 녀석의 능력을 극대화시켜준 좋은 예였다.

이 글에 대해 아이들에게 칭찬해줄 시간이 있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녀석이 없었던 관계로 녀석은 친구들을 통해 자신의 글에 대한 평을 들었다.

 

책, 도서관, 그리고 배움

우리 아이들에게 1년가까이 강조한 것이 책읽기였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함께 생활하는 한켠에 200여권가량의 책을 준비해두었다. 3월한달동안에 아이들에게 40권가량을 읽으라고 했다.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실패다. 그 중 30여권 가까이 읽은 아이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이 책에 대한 흥미를 갖고 있지 않았고 오히려 학원이 자신의 삶을 책임져줄 것이라고 믿는 듯 했다.

4월, 5월까지는 강제적으로 책읽기 목록을 정해주어서 읽게했지만 많은 아이들은 여전히 책읽기를 좋아하지 않았고 6월, 7월이 되면서는 책읽기 목록 자체를 만들어주는 것을 포기하게되었다.

9월과 함께 두녀석이 찾아왔다.책읽기 목록을 달라는 것이다.

참 고마웠다. 눈물겹게 고마웠다. 녀석들에게 만들어주마 만들어주마하며 하다 9월 20여일이 되어서야 목록을 만들어주었다.

두 아이들의 지극정성인 책읽기를 아이들도 알아차렸을까? 책읽기 목록을 달라고 하는 녀석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결국 아이들은 10월부터는 전체가 다 읽게 되었고 11월이 되었을 때는 거의 모든 아이들이 교실에 있는 책 중 40권 가까운 책들을 읽게 되었다. 물론 몇몇 녀석들은 50권도 훨씬 넘는 책을 읽는 경우도 있었다.

 

도서관일을 하다보니 아이들의 도움을 받아 책을 꼽거나 정리해야 하는 일들이 자주 일어났다. 아이들은 흔쾌히 도와주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었을까? 책을 더 많이 좋아하게 되어서 책읽으러 도서관 가자고 난리가 났다. 난 못이기는 척 도서관으로 갔다.

다행히 아이들은 도서관에서도 열심히 책읽기를 했다. 우리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이 6년동안 읽을 책들을 한달동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몇몇 녀석은 내게 책을 권하기 시작했고 나도 녀석들의 제안을 받아드려 책을 읽고 돌려주곤했다.

 

 

지금이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

아이들은 책읽기가 너무 재미있고 책만 읽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물론,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라고 했다.

마치 프리덤라이터스 다이어리처럼 그렇게 수업하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가 발딛고 있는 현실은 절대로 그럴 수 없는 환경이었다.

늘 입시에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게 우리 아이들이 처한 환경이다.

그 속에 꿈을 가진 아이가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우리 아이들은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성장했다. 나는 그저 스스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원해준 것 밖에 없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꿈을 갖게 되었고 그 꿈을 갖게 해준 책읽기와 도서관을 추억하고 싶어하고 좋아하게 되었다.

비록 그것이 내년 새로운 환경을 접하게 되면 잊어버릴 수밖에 없을지라도 분명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좋은 양분이 될 것이라 믿는다.

산제비에게 마을에서 가장 귀중하고 소중한 곳이 있었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소중하고 귀중한 시절이 바로 지금이었으리라 나는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