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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사설]입학사정관제, 서두른다고 될 일 아니다

주인공을 찾는 아이 2009. 3. 13. 23:38

[사설]입학사정관제, 서두른다고 될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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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 입력 2009.03.13 00:07

 

대입전형에서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겠다는 대학들의 발표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KAIST와 포스텍에 이어 고려대, 한양대, 한국외국어대 등 사립대학들이 정원의 20%가량을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선발하겠다고 발표했고 홍익대는 미술 실기시험을 아예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입학사정관제가 유행이나 되는 것처럼 대학별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는 입시의 무한 점수경쟁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그 취지 자체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지금 대학이 보여주는 행태는 기대보다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우리 대학 사회의 고질적 풍토인 유명 대학 따라하기 또는 정부 지원금 따내기 차원에서 앞뒤 가리지 않고 발표부터 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이 제도의 성패를 가름하는 결정적 요소는 공정성과 신뢰도다. 이 두 가지를 담보하려면 대학 측의 철저한 준비와 축적된 경험이 필수적이다. 자기 대학이 선발하려는 인재의 개념을 먼저 규정하고 이런 인재를 어떤 원칙과 기준에서 뽑을 것인지 입학사정관 전형의 큰 틀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연후에 고도의 윤리의식과 전문성을 갖춘 입학사정관을 확보해 전형에 나서야 한다. 선발한 뒤에도 사후 검증을 통해 연구 데이터를 축적해가야만 한다. 그래야 사람이 사람을 보고 뽑는 정성적(定性的) 평가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 대학들은 입학사정관제에 의한 선발인원을 갑자기 지난해의 20배, 50배로 늘리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입학사정관 인력은 그대로인데 선발 인원만 늘린다면 결과는 또다른 입시 부실로 나타날 게 뻔하다.

새로운 제도가 정착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의 교육 풍토와 현실에서 입학사정관제는 조금만 삐끗하면 말썽나기 십상인 제도이기에 더욱 그렇다. 초기에는 심도 있는 연구와 철저한 준비 과정을 통해 차근차근 사회적 신뢰와 권위를 쌓아나가야 한다. 정부가 실적에만 집착해 준비되지 않은 대학에도 지원금을 남발하면 입학사정관제는 꽃도 피기 전에 사그라지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