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도 행복한 교육/소통하는 교육

[스크랩] 학부모를 만나자

주인공을 찾는 아이 2009. 4. 21. 23:35

제목 없음

 

학부모와 만나자.


교문을 막아선 경찰과 싸우는 이들이 있습니다.  아이를 맡았던 담임선생님의 해직에 항의해서 싸우는 학부모들입니다. 학부모들은 왜 선생님을 지키려 했을까요? 담임선생님을 해직시키는 것이 정의롭지 못해서? 자신들의 이념이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도대체 왜?


학부모’ 참 부담스럽다.

교사들에게 학부모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촌지를 들고 오는 학부모, 학교의 학부모단체 간부로 활동하면서 거들먹거리면서 나타나는 학부모, 아이의 잘못 때문에 불려온 학부모, 학교에서 아이가 다쳐서 흥분한 상태로 나타나는 학부모... 대부분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교사들은 되도록 학부모와 만나기를 꺼려합니다.

학부모들은 어떨까요? 학부모 역시 교사를 만나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빈 손’으로 가야 하나?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그래서 학교의 ‘간부 학부모’를 제외하고는 담임교사와 일 년에 한번 만나기 어렵습니다.

학교의 학부모단체 간부 학부들과의 왜곡된 관계도 있습니다. 학부모들이 돈을 모아서 기금을 만듭니다.1)  이 기금을 가지고 학교의 일부 교직원이나 전체 교직원들에게 향응을 하기도 하고, 물품을 구입하여 주기도 합니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교 행사를 마치고 음식대접을 한 후에 노래방에 가는 경우도 있고, 일부는 술자리를 갖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앞에서는 온갖 좋은 소리를 하면서 음식대접을 하고 나서 뒤에서는 욕을 한다고 합니다. 하기 싫어도 ‘내 자식 잘 보이려고’ 억지로 하는 일이라는 것이지요. 이런 단체의 간부 학부모는 교사를 쉽게 생각합니다. 마치 은행의 VIP고객이 지점장실에서 직원을 불러서 은행 일을 보는 것처럼 담임을 교장실로 불러내어 면담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상적인 학부모-교사 관계는 쉽지 않고, 왜곡된 형태는 아주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학부모’는 이기적이다.

맞습니다. 모든 학부모는 이기적입니다. 그래서 교사들은 ‘학부모’를 싫어합니다. 교육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이런 저런 요구만 하려고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기적인 학부모’라는 것에서 가능성을 봅니다.  ‘순수하게 이기적’인 경우에는 오히려 교사의 든든한 후원자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잘 되길 바란다는 점에서는 교사들과 같은 처지라고 할 수 있지요.  다만, ‘우리 아이’와 ‘내 아이’의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만, 접합점을 찾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

이런 사례가 있습니다. 좀 오래된 일입니다. 학교운영위원회가 만들어지고 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때입니다. 한 학교에 교장과 교감이 교사들에게 아주 폭압적이었습니다. 반면 학부모단체 간부들에게는 특별히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학교운영위원회를 구성할 때 학부모위원 선출과정에 교장이 직접 선택을 하다시피 개입을 했습니다.

당연히 학부모위원은 교장을 추종하는 학부모들로 구성되었지요. 회의를 할 때마다 학부모의원 전체가 교장의 입장을 옹호하고, 교사위원 몇 명만이 전교조 출신 선생님의 의견에 동조했습니다. 3월, 4월..매번 회의가 열릴 때마다 표결 결과가 압도적인 교장의 승리였지요.

이 학교는 전교조에서 간부를 했던 교사가 있었습니다. 이 교사는 회의를 할 때마다 회의 안건에 대한 의견을 문건으로 만들어갔습니다. 자신의 견해가 얼마나 학생들을 위한 것인지를 조목조목 적어서 배포하고 의견을 이야기 했습니다. 회의 때 제안도 많이 했습니다. 모두 학생들을 위한 것이지요.

하지만 1학기까지는 완패였습니다. 그런데, 2학기가 시작되면서 일부 학부모의원들이 전화를 해오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의 의견이 옳은 것 같다. 학부모들도 실제로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면서 차츰 교사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2학기가 중간을 넘어서면서 학교운영위원회를 하기 전에 전교조 선생님의 의견을 먼저 듣고 학부모들끼리 의견을 모아서 회의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교장의 의견이 벽에 부딪치는 경우가 많아지고, 나중에는 교장의 의견보다는 전교조 선생님의 의견이 받아들여졌습니다. 그 선생님이 꾸준히 ‘학생을 위한 의견’을 제시하고, 설득했던 것이 주효한 것입니다. 

비록 교장의 추천을 받아서 운영위원이 되었지만, ‘내 자식, 우리 자식’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기 때문에 ‘이기심’이 발동하여 자신들의 입장을 바꾸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순수하게 이기적’인 학부모들은 교사와 함께 할 부분이 있습니다.2)


학부모와 소통하면 서로에게 좋습니다.

교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교육에 임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학부모는 잘 모릅니다. 집의 부부간에도 대화를 하지 않으면 속마음을 잘 모를 수 있지요. 학부모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교사-학부모 관계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 쪽은 교사라고 생각합니다. 교사와 학부모는 학생에게 비정상적인 일이 생기는 경우에 만나게 됩니다. 아이가 다쳤거나 아프거나 학교에 결석을 한 경우, 교사나 학교의 지도를 따르지 않는 경우에 만납니다. 이런 만남에서 교사와 학부모의 정상적인 소통은 불가능합니다.

일상적인 소통이 필요합니다. 저는 며칠 전 교육희망(전교조 신문)에 학교안전공제회와 학교폭력에 대해서 안내하는 편지를 학부모들에게 써보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다쳤을 때 안전공제회에 신청해서 치료비를 받을 수 있도록 미리 안내하자는 것이지요. 아이가 다쳐서 흥분한 학부모에게 ‘안전공제회에 치료비를 신청하자’는 의견을 내어놓으면, 학부모는 ‘교사가 자신의 책임을 안전공제회에  떠넘기려고 한다’는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학년도 시작할 때 미리 이야기를 해놓으면 그런 오해는 하지 않습니다. 평소에 소통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학부모와 소통하는 사례는 많습니다. 매달 편지를 쓰는 선생님이 있습니다. 3에 처음 편지를 보내면서 교사 자신을 소개합니다. 교육에 대한 자신의 생각, 1년간 학급을 이끌어갈 계획도 적어 보냅니다. 그리고 자신의 연락처(전화번호, 이메일 주소)를 보내면서 조금이라도 전할 말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연락해달라고 당부를 합니다.

그 이후로도 매달 편지를 보냅니다. 그 달에 있었던 학교의 이야기와 다음 달에 있을 학급이나 학교의 일들에 대해서 미리 알리는 내용을 담습니다. 그리고 아이에 대한 정보도 전달합니다. 짧게 몇 줄 정도로 정리해서 보내는 것이지요.3) 여기에 곁들여서 교육에 대한 좋은 내용을 첨부해서 보내기도 합니다.

농촌의 작은 학교에 근무했던 제가 썼던 방식입니다. 그곳은 인터넷을 잘 사용하지 않던 곳이라서 전통적인 편지를 이용했습니다. 도시지역의 초등학교 학부모들이라면 이메일도 가능할 것입니다. 답장 받기도 쉽겠네요.

학부모들의 반응은 좋습니다. 전해주는 정보가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교사가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고 지도를 하고 있으며 학부모와 소통을 하려 한다는 것만으로도 학부모들은 반갑게 생각합니다.

이런 편지나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 부담스러운 경우에 전화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경북 경산의 학 중등학교 학급운영 소모임에서 썼던 방식입니다. 소모임 구성원들이 서로 약속하고 실천했던 방식은 ‘매주 토요일에 5명의 학부모에게 전화하기’입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5명씩 전화를 하면 두 달이면 전체 학급 학생의 학부모에게 전화를 하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1년을 하면 한 학부모와 4번의 통화가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학부모들은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겨야 담임교사의 전화를 받습니다. 그런데 담임교사가 ‘그냥’ 전화를 해서 아이에 대해서 상담을 하고, 그것도 두 달에 한번씩 전화가 온다면 교사를 달리 생각하게 됩니다. 학부모들이 흔히 쓰는 말로 ‘아이들에게 관심이 있는 선생님’이 되는 것이지요.  

이런 방법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학급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서 운영하는 선생님들도 있습니다. 여기서 조금 나아가면 ‘학급 학부모 모임’을 해보는 것입니다. 일 년에 몇 번 학급 교실에서 가능한 학부모들과 만나서 대화를 하는 것이지요. 맞벌이 부부를 위해서는 저녁에 하는 것도 좋구요.

제가 사는 시골의 작은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마을을 순회하면서 학부모와 만나는 모임을 하기도 합니다. 마을회관을 빌어서 그 마을에 사는 학부모들과 교사가 만나는 것이지요. 다과 준비는 학교 예산에서 충분히 가능합니다. 학부모들의 반응은 매우 좋습니다. 도시 지역에서도 학급단위로 이런 모임을 시도해보면 좋겠습니다. 되도록 서로에게 부담되는 식당보다는 동이나 구에서 운영하는 자치센터 등의 회의실을 빌어보거나 아파트 단지의 시설을 빌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학부모를 학교 교육에 참여시킵시다.

우리 동네의 시골 작은 학교에 작은 정자를 짓습니다. 예산이 300만원 밖에 없습니다. 학부모들이 나섰습니다. 건축일을 해본 학부모를 중심으로 300만원어치 재료를 사다가 직접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시간 나는 아버지들이 교대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참 보기 좋았습니다.

그 학교에 방과후 활동에 학부모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방과후활동 계획을 세울 때부터 함께 논의를 했습니다. 학부모중에서 특기가 있는 학부모들이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1학기에는 목공과 주제학습을 귀농한 학부모들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필 우리 마을에 귀농한 학부모가 담당을 하므로 저도 할 수 없이 멘토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무보수이기는 하지만 저도 두 아이의 주제학습을 돕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떨어진 작은 학교이기는 하지만 학교 주변에 귀농한 학부모들 대부분이 ‘한가닥’ 하는 경력을 가지고 있어서 학교에서 하는 다양한 교육활동에 참여할 여지가 많습니다. 얼마 후에 시사만화를 그리는 귀농 학부모가 특강을 하기로 했습니다. 도시 학교에서도 학부모중에서 아이들을 위하여 봉사할 수 있는 학부모들이 있을 것입니다. 모든 교육을 교사가 하려고 하지 말고 주변의 인적자원을 활용한다면 아이들에게 더 다양한 교육을 시킬 수 있습니다. 

충남의 한 중등학교에서 다양한 학부모 동아리를 운영하는 사례를 보았습니다. 학교의 화단을 가꾸는 학부모 동아리가 있습니다. 이분들은 학교예산에서 돈을 받아서 꽃씨를 사서 화단을 가꿉니다. 화단에 핀 꽃을 갈무리해서 꽃꽂이를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학부모들도 꽃꽂이를 배우지요. 꽃꽂이 한 작품을 학교에 전시하면 학교가 화사해집니다.

가능한 학부모들에게는 집단상담 연수를 시킵니다. 10회의 연수를 마친 학부모들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담활동을 합니다. 교사가 아닌 어머니들이 하는 상담이라서 아이들은 마음의 문을 더 열고 대화를 하게 됩니다.

학생들에게 실내화를 빌려주는 동아리도 있습니다. 실내화를 가지고 오지 않은 학생을 위해서 아침에 실내화를 대출해주고, 저녁에 와서 받아서 정리하고, 정기적으로 세탁하고 수선하는 일을 하는 동아리입니다. 이런 다양한 활동 덕분에 전체 학부모 모임을 하면 다른 학교와 비교가 안 될 정도의 학부모들이 모임에 참여를 하고, 전체 모임 후에 학급별 교사와 상담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학교 안에서 합의만 되면 가능한 일입니다.

교사와 학부모는 ‘아이가 잘되기’를 바라는 같은 목적을 가진 집단입니다. 교사가 학부모에게 먼저 다가야 합니다. 교사가 하고자 하는 교육활동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명박 정권은 학교의 교육여건을 개선해서 교육의 질을 높이기보다는 학생간, 학교간, 학부모간, 교사간 경쟁을 시켜서 심각한 교육모순을 숨기려 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교육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사교육을 통해서 자신의 아이에게만 투자를 하도록 술수를 쓰는 것이지요. 투자의 여력이 있는 기득권 집단이 그들의 부와 권력을 자녀들에게 세습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지요. 사실 학벌경쟁이란 상위계급의 부모가 늙기 전(능력이 있을 때)에 부모의 힘을 이용하여 자녀를 사회의 상위계급으로 올려놓는 매우 유용한 방법입니다. 이들에게 질 높고 공평한 공교육은 방해가 될 뿐이지요. 

권력의 공교육 무력화 정책에 대항하여 싸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우군은 학부모입니다. 한번 학부모에게 편지나 전화를 해보십시오. 다양한 학부모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선생님의 손을 잡는 학부모가 반드시 있습니다. 적지 않게.


1) 사실 이것이 대표적인 불법찬조금입니다. 학교와 관련하여 모아진 돈은 무조건 학교발전기금으로 편입되어야 합니다.


2) 반면 학교의 학부모단체 간부나 학교운영위원을 맡아서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학부모는 참으로 대하기 어렵습니다. ‘자식을 위하는 이기심’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철저하게 정치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지요.


3) 이런 편지는 ?글의 메일머지 기능을 이용하면 매우 편리합니다. 일반적인 안내글 속에 아이 하나 하나의 학교 생활에 대한 내용을 써넣을 수 있으니까요.


 

출처 : 송선생의 허튼소리
글쓴이 : 송선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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