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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아이들 감정 코치하기

주인공을 찾는 아이 2009. 4. 8. 23:31

http://www.cyworld.com/dlthgus1985/2864774 에서 퍼왔어요.

 

교실에서 아이들 감정 코치하기  -평화로운 교실을 위하여!

 

행복한수업만들기 초등교사모임 김희선

 

1. 새학기 첫싸움

 

작년 5학년 우리반에서 학기초에 있었던 사건입니다.

이 5학년은 전담샘들이 교실에서 울고 나가고, 교육경력 25년 교사가 “너희같은 애들은 처음이다”라고 얘기했을 정도로 4학년 때 유명한 애들이었어요. 매일 끊이지 않는 폭력싸움에, 거친 생활태도... 결국 학년말엔 한 학부모님이 경찰을 불러서 학교가 뒤집혔을 정도니, 새로 담임을 맞는 제 마음은 아주 비장했습니다. 주변 선생님들께 조언 아닌 조언도 많이 들었구요.

 

한 2주간은 괜찮은가 했더니 드디어 싸움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사건의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쉬는 시간에 초코파이랑 물을 먹고 있는 용남이에게 재인이가 장난을 걸었다. 화가 난 용남이가 들고 있던 물을 재인이에게 뿌려버렸다. 그때부터 고성과 욕과 몸싸움이 시작되었다.

 

내가 달려갔을 때, 용남이는 바닥에 쓰러져 고구라진 채로 재인이에게 발길질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목까지 졸랐는지 재인이 목둘레도 시뻘게져 있는 상태였어요.

 

자,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위 상황에서 선생님이 담임이시라면 두 학생의 행동에 어떤 말과 행동으로 대응하시겠습니까?

 

2. 자녀에게 대응하는 부모의 네 가지 유형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의 저자이자, 부모교육 전문가인 존 가트만 박사는 위의 예처럼 아동에게 감정의 문제가 생겼을 때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서 부모의 유형을 4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우리는 부모가 아닌 교사이긴 하지만 교사가 학생에게 대응하는 방식도 이 4가지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아요. 먼저 부모의 4가지 유형에 대해서 살펴보고, 이를 교사에 상황에 적응해서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축소전환형 부모(자녀)

  - 자녀(학생)의 부정적 감정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감정을 무시하고 대수롭게 않게 여긴다.

2. 억압형 부모(교사)

  - 자녀(학생)가 부정적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비판하고, 감정 표현을 했다는 이유로 꾸짖고 벌을 주기도 한다.

3. 방임형 부모(교사)

  - 자녀(학생)의 감정을 인정하고 공감하지만, 아이의 행동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거나 한계를 제시하지 못한다.

4. 감정코치형 부모(교사)

  - 자녀(학생)의 감정을 인정하고 공감하지만, 아이의 행동에 한계를 정해주고 아동이 해결책을 찾도록 돕는다.

 

가트만은 한 어머니의 예를 들어 각 유형별 상황을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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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다이앤은 아침마다 3살짜리 아들 조슈아와 실랑이를 벌인다. 회사에 출근을 해야하는데, 조슈아가 아침마다 어린이집에 가지 않고 집에서 놀겠다며 생떼를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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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이앤이 축소전환형 부모라면

 다이앤은 어린이 집에 안 가겠다고 버티는 조슈아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이없다’고 여깁니다. “도대체 어린이집에 가는게 왜 슬프다는 거니?”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혹은 과자나 다른 것으로 달래면 금방 좋아지겠지라고 아이의 감정을 가볍게 여깁니다. 그래서 아이를 다른 무언가로 달래거나 주의를 바꾸어버리려고 노력합니다.

 즉, 축소전환형 부모는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별 것 아닌 일로 축소시켜 버린 후, 다른 일이나 상황을 끌어들여 부정적인 기분을 바꾸어주려 합니다. 우울이나 슬픔의 감정은 어린아이에게 적합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빨리 벗어나게 해주려는 것입니다.

 

2. 억압형 부모라면

 다이앤은 조슈아에게 “네가 고집부리는데 질렸어. 말 안 들으면 맞을 줄 알아!”라고 엄포를 놓을 것입니다. 억압형 부모는 자녀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행동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이의 감정이 이해할 만 한 것인가 아닌가를 판단한 후,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도덕적으로 고치려고 합니다. 조슈아의 경우, 어린이집에 가는 것이 슬픈 일이라는 감정에 부모는 동의할 수 없기 때문에, 부정적 행동에 대해 부모는 훈계를 하게 될 것입니다.

 

3. 방임형 부모라면

다이앤은 슬프고 화난 아들을 껴안고, “그래, 어린이 집에 가기 싫어하는 니 마음을 이해해. 집에 있고 싶은 것이 당연한거야”라고 위로할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아이의 행동에는 아무런 방향을 잡아주지 못해 아이가 원하는 대로 이끌려갈 가능성이 많습니다. 아무리 아이를 안고 달래도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아이의 마음도 풀어지지 않고 상황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자, 위의 세 가지 유형은 자녀의 감정에 대해 잘못된 대응을 하는 세 가지 유형입니다. 선생님에게도 익숙한 말이나 상황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처음 이 세 유형을 알고 나서 떠오르는 장면이 아주 많았습니다.

급식시간에 국물이 반찬이랑 섞였다고 울고 있는 학생에게 “뭐 그런 일로 울고 그러니?”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고, 날마다 지각하는 학생에게 아이들 앞에서 “아침에 너만 피곤한 줄 아니? 제 시간에 오는 애들은 그럼 바보야?”라고 무안을 준 적도 있고, 친구가 신발주머니를 숨겨서 잃어버린 학생에게 아무런 위로가 되는 말도 해주지지 못한 적도 있고....

아마 선생님들도 떠오르는 장면이 셀 수 없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럼 이제는 이러한 세 유형의 교사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세 교사는 재인이와 용남이의 사건에 어떻게 대응할까요? 한번 상상해 보세요.

 

먼저 제 상상을 보시고, A, B, C, D, E, F의 예문이 어느 유형에 해당될지 생각해보세요.

 

A. “장난 좀 친 거 가지고 화를 내고 그러니?”

B. “먹는데 그렇게 장난을 쳐서 화가 많이 났겠네. 아팠니?”

C.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물을 뿌리는 건 심했어”

D. “다른 사람들도 화나면 다 그렇게 때리던?”

E. “그만한 일로 그렇게 심하게 싸우다니... 화 두 번 났으면 어쩔 뻔했니?”

F. “물을 뒤집어 써서 화가 났겠구나. 어쩌니?”

 

뭐.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니 정답은 없는 것이겠지요?

 

일단, 학생의 감정을 대수롭게 않은 것으로 여기는 축소전환형은 A, E 처럼 얘기하지 않을까요? 또 학생의 감정보다 행동을 보고 판단하는 억압형 교사라면 C, D처럼 이야기할 것 같아요. B나 F는 일단 학생의 감정을 이해해준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지만, 더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해서 학생의 행동의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면 방임형 교사에 해당할 것입니다.

 

3. 오늘의 사건 풀어가기

 

그렇다면 감정코치를 염두에 둔 교사라면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요?

다음의 글을 그 일이 있었던 날 제 미니홈피에 올렸던 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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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둘을 떼어내서 교실 옆에 세웠다.

싸움만 한 번 일어나봐라 하고 벼르고 있던 참이었는데,

진짜 싸움이 일어나자 오히려 담담해졌다.

 

‘감정적으로 생각하면 안된다.’

‘나의 목적은 화를 내거나 겁을 줘서 잘못을 깨닫게 하는 게 아니라,

다시 이 행동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거야.’

라고 계속 속으로 되뇌었다.

 

먼저, 둘이 한 행동만 정리해서 말해주었다. 행동은 명백한 것이니까 둘 다 수긍한다.

재인이: 용남이의 목을 장난으로 쳤다.

용남이: 물을 부었다.

그 다음 각각의 아이에게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물어본 후 속마음을 받아주었다. 즉, 그 아이의 말을 듣고 공감해주고, 그 때 어떠한 감정이었을지 표현해주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상대방의 감정을 추측하게 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입장과 감정만 그대로 이야기하게 해야한다. 그래야 서로의 생각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재인

 

매일 치던 장난이고 용남이도 나한테 자주 그래요. 그런데 오늘은 갑자기 물을 부어서 화가 났어요. 나도 모르게 주먹이 나갔어요.

교사

 

평소에 용남이랑 친해서 그냥 장난을 친거였구나(공감). 평소에는 그런 장난을 자주 쳐서 오늘도 그냥 장난을 친 건데 뜻밖에 용남이가 물을 부어서 당황하고 화가 났구나(감정표현)

용남

먹고 있는데 갑자기 목을 치니까 화가 났어요. 나도 모르게 욱해서 들고 있던 물을 부은 거예요.

교사

 

그래. 먹고 있는데 목을 쳐서 놀라고 당황했겠구나(공감, 감정표현). 욱하고 화낸 것을 후회하고 있구나(감정표현).

 

여기까지 얘기하니 이미 둘 다 표정에서 화가 많이 가라앉았다.

각자의 입을 통해 들은 서로의 감정에 아마도 공감했으리라.

게다가 선생님이 자기 생각을 그대로 받아주고, 자기도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을 정리해서 표현해주니 마음속의 응어리도 풀렸을 것이다.

 

이렇게 감정을 받아주고 난 후에는 올바른 행동을 코치해야한다.

 

교사

(재인이와 눈을 마주치고 손을 잡으며)

평소에 치던 장난을 이해 못해줘서 서운했겠네.

그런데 용남이가 초코파이 먹다가 기분이 어땠을까.

"좋은 마음으로 장난 친건데 용남이가 몰라줘서 서운했겠지만, 재인이 때문에 용남이도 놀란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재인

(울면서) 제가 잘못한거 같아요

교사

 

 

재인이가 친해서 장난치려 했는데 시비를 거는 줄 알고 물을 부으니까 재인이도 당황하고 화가 났을 것 같은데, 용남이 생각은 어때?

물을 뒤집어 쓴 재인이를 좀 봐. 기분이 어떨까?

용남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아이들은 그 마음을 읽어줄 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 같다.

누가 옳다, 그르다의 관점을 떠나서 마음에 죄책감이 들도록 훈육해야 한다.

죄책감이라는 단어가 부적절할 수 있지만 이성이 아니라 감성에 호소해야한다.

상대방의 기분과 생각을 느낄 수 있어야 그런 행동이 반복되지 않는다.

 

정말 놀라운 것...

아이들은 공감하는 사람에게 정말로 너그럽다는 것.

정말 순식간에 다른 사람처럼 변한다.

저 선생님은 내 마음을 알아주는구나하고 느끼면 그 때부터 그 아이는 내 사람이 된다.

그래서 오히려 크게 싸운 아이들이 같이 혼나고 더 친해지고,

교사와도 두터운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것 같다.

오전에 눈물 죽죽 흘리며 싸우던 놈들이

5교시 컴퓨터 시간에는 언제 그랬나는 듯이 붙어앉아서 얘기하고 떠들고 난리다.

그래. 그러니까. 너희들이 아이들이지. 참 그런 모습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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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얘기를 동료 교사에게 해주었더니 그 선생님이 그러셨습니다.

“아휴.... 그게 말이 쉽지. 언제 그거 다 받아주고 있어? 싸우는 애들이 한두 명도 아니고.. 내 속이 먼저 터지겠네.”

맞아요. 받아주는 교사는 속이 부글부글 끓습니다. 애들 얘기 들으면서 올라오는 화를 누르고 머릿속으로 ‘어떻게 말해야 될까’ 생각하다보면 머리가 지끈지끈합니다.

 하지만 정말 효과가 좋아요. 처음에 몇 번만 이렇게 잡아주고, 특히 장난치는 몇 놈들 이렇게 품어주면 싸움이 반으로 줄어듭니다. 그 다음에 싸울 때는 제가 얘기하기 전에 자기감정을 자기가 표현하더라구요. ‘나는 이러저러해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런 행동은 내가 잘못했다.’라구요. 역시 애들은 금방 배우는 것 같아요.

애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원래 이렇게 싸우고 나면 선생님이 화가 나서 “그렇다고 발로 밟아??” 혹은 “그리고 넌 개도 밥먹을 땐 안 건들인다는 말도 몰라? 왜 먹는데 장난을 치고 그래? 상대방 기분나쁘게 해놓고 너는 장난이라고 그러면 다야?”라고 소리지르는 게 젤 익숙할텐데, 얼마나 다르게 느껴지겠어요?

 

감정은 받아주되, 행동은 코치하라.

 

감정코치의 핵심입니다.

 

오늘 처음이라 설명이 너무 길었지요?

앞으로는 더 할 얘기도 없을 것 같습니다~오늘 다 해버려서.. ^-^;;

다음에는 다른 예를 통해서 어떻게 말해야 아이들의 감정을 받아줄 수 있을지 연습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해요~

새학기 지치지 마시고, 건강 꼭 챙기시고,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