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묻혀 사는 법/함께 떠나는 여행

만월산 도롱뇽을 만나러 가다가 아이들의 진짜 모습을 만났다.

주인공을 찾는 아이 2012. 4. 7. 15:26

4월 7일 날씨가 참 맑고 시원했다. 반 아이들에게 만월산에 있는 도롱뇽을 만나러 가자고 했다. 아이들은 도롱뇽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친구들과 함께 놀러가고 싶은 마음이 더해져 즐거워했다.

지난 3월 30일 개항장을 갔을 때는 많은 아이들이 함께 했지만, 오늘은 7명의 아이들만이 함께 했다.

 

만월산은 인천 부평구와 남동구에 걸쳐 있는 작은 산이다. 동네 사람들이 아침 저녁으로 오고가고 했던 나지막한 산이 2005년 봄에 도롱뇽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호받아야 할 곳으로 순식간에 변했다. (모든 자연 환경은 보호받아야 한다.) 보호활동은 환경단체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래서 봄이 되면 늘 그곳에 가고싶었다. 아이들이랑 .... 이제야 아이들이랑 가보게 되었다.

 

 4월 7일 아침 9시 45분 도화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백운역으로 이동하는 중.

 백운역 1번출구방향으로 나와서...버스를 타야 한다.

 백운고가 철거공사중으로 주변이 많이 혼잡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움직이는 부모나 보호자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도롱뇽서식지가 있는 만월산으로 가는 20번 버스 배차간격이 15~20분으로 상당이 길지만 다행이 오늘은 제때에 맞춰갔다.

 네 정거장 만에 도착한 만월산 도롱뇽 서식지 입구.

 아이들은 한 것 들떠 있다. 아이들 손에 쥐어진 하얀 종이는 간단히 준비한 안내지....

 만월산은 한남정맥에 위치한 작은 산으로 인천둘레길 5코스에 속해있다.

 바로 옆에 앵초 군락이 있다. 아직은 추워서 그런지 다른 꽃들은 보지 못했다. 오직 앵초만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만삼이네 도롱뇽 마을 입구를 알리는 표지판 앞에서 한 컷!(참고로 만삼이네는 만수3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얕은 개울이 보여 아이들과 개울가로 갔다.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물을 밟지 않으려 노력했다.

 핸드폰 카메라로 도롱뇽 알과 개구리 알을 찍고 있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재일이가 포즈를 취했지만 이미 늦었다. 눈을 감아버렸다.

 도롱뇽 알과 개구리 알을 바라보는 민준이.

 이건 개구리 알이다.

 

 

이건 도롱뇽 알..

 

 홍비 근접 사진.

 

오랫만에 오르는 산. 아이들이 개울을 이곳저곳 누비자 남동의제 21 실천협의회 '도롱뇽지킴이 모니터링'을 해주시는 지킴이 분께서 우리들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도롱뇽과 도롱뇽 알에 대해서 이것저것 알려주셨다. 다행히 아이들은 지킴이 분의 말을 잘 들었다. 그리고 헤어지면서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도 큰 목소리로 했다.

그리고는 지킴이 분 중 한분이 나를 따로 불렀다. 아이들을 인솔해온 내게 남동의제 21의 이름이 선명한 등산용 컵을 주셨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지킴이분들과의 만남을 뒤로 했다. 

 

왼쪽으로 가면 철마산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만월산이다.(물론 아이들은 어느 방향이든 다 만월산으로 알고 있었다.) 철마산부터 만월산까지 가기로 혼자 마음을 먹고 왼쪽으로 올라가라고 했다.

아이들은 산을 오르자마자 배가 고프다고 했다.  남들은 산의 중턱이나 내려오면서 먹는 밥을 우리는 본격적으로 산에 오르지도 않았는데...라는 말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미 아이들은 만나면서 바로 배가 고프다고 아우성을 쳤기 때문이다. 그냥 밥을 먹자고 했다. 산 밑 정자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 어떤 밥을 싸와도 놀러가서 먹는 밥은 다 맛있다. 게다가 부모님들께서 아이들이 놀러간다고 하니 이것저것 맛있는 음식들을 푸짐하게 싸주셨다.

돈가스, 유부초밥, 베이컨으로 둘둘만 롤링밥, 주먹밥, 김밥, 단감, 청포도, 망고, 방울토마토.... 무엇이 더 있었는지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그런데 눈 앞에서 조금은 낯설은.. .하지만 기분좋은 광경이 벌어졌다.

음식을 눈 앞에 둔 아이들. 너나 할 것 없이 주변 친구들에게 음식을 권하고 함께 먹는다. 아이들이 너무 예뻐 보였다. 학교에서 이런게 가능할까? 내 대답은 NO!! 실제가 아닌 책상머리에서 머리로만 배우는 것은 절대로 아이들을 변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놀면서 마음으로부터 자연스레 우러나는 나눔의 마음과 즐거움은 가르치려고 해도 가르칠 수 없는 것이다. 그저 자연스러움이라 생각된다. 이런 모습은 산을 오를때나 내려올 때 계속되었다. 힘들어 하는 친구를 기다려주고, 어려워 하는 친구를 부축해줬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말이다. 정말로 보기 좋은 모습이라 아이들과 함께 있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만월산에서 철마산 방향으로 올라가는 은행약수 앞에 있는 태양열 집광판.

 아이들은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주며 해발 202m의 철마산 정상에 올랐다. 힘들었나? 아니다 컨셉이다.

철마산에서 다시 만월산으로 내려오는 길. 잠시 쉬면서 준비해간 배와 사과를 먹었다. 사실 아이들은 목이 마르다며 '물'을 원했다. 하지만, 준비해간 물은 이미 이른 점심때 '라면물'로 쓰고 남은 물은 거의 없었다. 가방을 뒤져서 배와 사과를 깎아 주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성의를 봐준 건지 다 먹어주었다.

 

물을 가장 많이 원하던 건 재일이었다. 재일이가 물, 물, 물을 외치자 지현이가 자신의 물병을 내주었다. 자신도 목이 말랐을 테지만 더 못견뎌하는 재일이에게 준 것이다. 재일이는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험하디 험한 산길을 타고 내려왔다. 급경사로 된 만월산 내리막길을 아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고 배려하며 무사히 내려왔다.

 

 이 사진을 보면 아이들이 힘들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개울가의 물을 밟지 않기 위해서 조심조심 걷다보니 이런 모습으로 사진이 찍혔다.

 컨셉 사진을 부탁했더니 범준이와 재일이가 무릎꿇고 손들고 있는 자세를 잡았다. 민준이는 옆에 서 있었다. 사실 남자아이들 먼저 사진찍고 여자 아이들 사진을 찍으려던 찰나에 범준이와 재일이가 침범(?)했다.

올라가면서도 에어건(에어컨 아닙니다.)을 만지고 싶어하던 아이들이 3시간 넘는 산행으로 몸에 쌓였을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 에어건 앞으로 몰려들었다.

 

집으로 가기 위해서 버스정류장으로 내려왔다. 오랜 산행에 힘들었을 텐데 아이들은 힘든 내색 하나 하지 않는다. 기특한 것들....

 

홍비가 서울에 가야 한다고 해서 백운역에서 먼저 헤어졌다.

도화역에 내려서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줬다. 그리고 즐겁게 헤어졌다.

 

비록 오늘 도롱뇽을 보지는 못해 아쉬웠지만, 나는... 우리 아이들은 소중한 것을 봤고 배웠다. 언제나 벽을 먼저 만들고 자신을 예쁘게 꾸며 보여야 하는 요즘의 모습과는 달리 오늘 보여준 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어쩌면 아이들 속 깊은 곳에 잠자고 있는 마음을 만나고 왔다.

흔하디 흔했던 도롱뇽을 이제는 어디에 있는지 찾아가야만 만날 수 있는 도롱뇽이 귀한 세상이 된 것처럼, 착하디 착한 아이들의 모습을 만나는 게 어려워진 요즘같은 시대에 오늘 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이런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사로써 나는 얼마나 행운아 인가 일깨워주는 시간이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들을 망치는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사회와 어른들이다. 사회와 어른들이 아이들을 눈꼽만치만 생각해도 절대로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몰지 않을 것이다. 입시 문제로 인한 학원 문제는 어른들이 겪는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탈출구 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학원이 아닌 자연에서 마음껏 놀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