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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2학기 과학1단원 1~2차시 실험을 마치고

주인공을 찾는 아이 2009. 8. 28. 22:49

오늘은 과학1단원 1~2차시 실험을 하는 날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실험을 하기 위해 준비물을 가져오라고 했다.

 

5학년 2학기 1단원 환경과 생물

1차시. 온도가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실험

준비물: 모둠별로 비커 3개, 얼음, 시험관3개, 수온온도계 2개

            학급에서 물, 주전자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명의 학생에게 시켜 금붕어 12마리를 가져오게 했다.

 

2차시. 빛이 생물에 미치는 영향 알아보는 실험

준비물: 모둠별로 PET병2개, 칼이나 가위 2개씩

            학급에서, 물, 주전자, 솜, 검은 도화지, 투명테입이나 풀

이번에도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명의 학생에게  콩나물 사오도록 했다.

 

이번 차시에 진행되는 실험에 대한 간략한 소개는 전 차시에도 했지만 다시 실험방법위주로 알려줬다.

그리고 1차시 실험을 시작하려는데 금붕어가 생각이 났다.

1도의 변화에도 민감한 반응을 하는게 물고기라고 1학기때도 2~3번 정도 이야기 했는데 정작 교사인 내가 새카맣게 잊고 있었다.

 

'아... 내가 왜 이런 짓을 했을까?' 라고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아이들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선생님이 물고기들은 1도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을 보인다면서요"하며 '물고기를 모두 죽이는 것 아니냐'는 물음을 해왔다.

하지만, 아이들은 금새 잊은 것처럼 기대섞인 얼굴 표정을 짓고 실험을 기다리는 듯 했다.

 

학기초라 발빠르게 움직여야지 생각하고 금붕어를 준비하도록 했는데 결국은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못하는 마음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게 생겼구나' 싶었다.

빠른 판단이 필요했다.

수업을 포기하고 한명의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면서 12마리의 금붕어를 살릴 것이냐 아니면 금붕어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수업을 시작할 것이냐...

난, 금붕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기도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실험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초시계 대신 핸드폰을 이용해 시간을 재는 아이들 1

  초시계 대신 핸드폰을 이용해 시간을 재는 아이들 2

  초시계 대신 핸드폰을 이용해 시간을 재는 아이들 3

이 모둠(2모둠)의 물고기는 시작도 전에 죽어가고 있었고 결국 차가운 물에 들어가자마자 호흡이 멈췄다.

 최대한 낮게 눈 높이를 맞춰 시험관을 보도록 했다.(옆모습)

  최대한 낮게 눈 높이를 맞춰 시험관을 보도록 했다.(앞모습)

   초시계 대신 핸드폰을 이용해 시간을 재는 아이들 4

 이 모둠 (3모둠) 아이들은 시험관의 물의 온도도 재어봤다.

 금붕어의 호흡을 세는 예민하고 예리한 눈1

모둠에서 1명은 실험조작보다는 기록을 하라고 했다.

 

 

  최대한 낮게 눈 높이를 맞춰 시험관을 보도록 했다.

 1차시 실험은 예상대로 빠른 시간내에 끝났다.

하지만 2차시 실험은 1시간도 넘게 걸렸다.

주범은 검은 도화지를 이용해 상자를 만드는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조각난 검은 도화지를 이용해서 만들어야 상황에서 수학시간에 배운 전개도를 그려 육면체를 만들던 과정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은 덕지덕지 투명테입을 이용해 상자를 만들어갔다.

사실 이과정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미 '금붕어' 문제로 개인적으로 마음이 상한 나는 뭐라하지 않았다. 그저 빛이 들어가지 않도록 꼼꼼히 붙이도록 이야기했다. 

 

 싱싱한 콩나물을 고르는 채운이

 이모둠(1모둠)이 가장 먼저 콩나물을 솜에 안착시켰다.

 남자 아이들이 콩나물을 안착시키는동안 검은 상자를 만들고 있다.

간이  콩나물 시루

검은 상자를 협동해서 만들고 있다.

 간이 콩나물 시루에 콩나물을 넣는 것은 힘들어~

 

 

 덕지덕지 인것 같지만 제법 빛을 막을 수 있는 검은 상자를 만들었다.

 페트병을 가져오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윤미는 궃은 일을 도맡아 했다. 2차시 실험은 기록을 맡았다.

 

 

 

 

 완성된 간이 콩나물 시루

 

 

1~2차시 실험을 마치고 아이들과 실험을 하고 나서의 느낌이나 그 과정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금붕어가 숨을 쉬지 않았어요"

"콩나물을 솜에 적절히 넣어 두는게 쉽지 않았어요"

"콩나물이 부러졌어요"

"페트병을 가져오기로 한 친구가 안가져와서 조금 짜증이 났어요"

"온도에 따라 금붕어가 숨을 쉬는게 다른 걸 직접 확인했어요"

"우리는 찬물에 들어가기도 전에도 숨을 쉬지 않았어요.

....

아이들의 이야기는 쉽게 끝나지 않았지만 다음 수업을 위해 정리하는 의미로 1~2차시를 정리하는 학습지를 주어 풀도록 했다.

 

내일 아침이면 16도 이상 차이나는 온도를 들락날락한 금붕어는 모두 죽어 있을 것이라 이야기 하고 함께 금붕어를 묻기로 했다.

나름 환경과 생태를 고민한다는 교사가 새카맣게 반환경적이고 반생태적인 수업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금붕어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얼굴을 들 수도 없었다.

아...

쪽팔리고 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