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때론 작가/끄적끄적 글쓰기

김미영 시 구메구메

주인공을 찾는 아이 2011. 10. 10. 01:55

구메구메

                          김미영

부를수가 없어요,

 

엄마 얼굴

지워질 것 같아.

 

구메구메 되뇌는

'새...... 엄마.'

 

 

순우리말로 된 시에 시인의 상상이 곁들여져 쓰여진 것 같은 시들이 많은 '흙탕물총 탕탕'은 읽으면서 시의 내용에 집중되기 보다는 순우리말의 해석이 눈에 들어오는 바람에 집중해서 볼 수 없었다. 그나마, 4부 정우의 일기 편이 되어서야 집중이 되어지고 동시 나름의 발랄함이랄까 그런 것들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 시집 괜히 들었다 싶었다 싶을 때 눈을 부여잡고 마음을 다잡도록 해준 시가 있다. 바로 '구메구메'이다. 구메구메는 순 우리말로 남모르게 틈틈이라는 뜻이란다. 뜻도 소박하고 예쁘다.

어제 밤에 읽었던 '아이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양철북, 2007)를 읽으며 미국처럼 된 사회, 미국아이들처럼 된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 참 가슴이 아프다 싶었는데...... 그런 아이들의 심정을 잘 드러내 준 것 같아서 또 읽었고, 기억해 두었다.

 

 

정우의 기도

                    김미영

 

괴물한테

잡혀가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오늘밤엔

오늘밤엔

오늘밤엔

 

오늘은 못처럼 일찍 10시 30분에 재웠다. 5살짜리 아들 우석이가 잠자는 시간은 보통은 12시 다 되기가 일순데, 1시간 50분간의 노력으로 재울 수 있었다.

언젠가 우석이한테 왜 잠을 안자냐고 물어봤더니, 무섭다고 했다. 꿈에서 본 괴물(?)들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서 그런 것 같았다.

이 시를 읽으면서 우석이 생각에 웃음이 났다. '그래 우석이도 그럴꺼야.' 하면서 말이다.

 

시를 다 읽고 나서 시인의 말을 읽었다. 서예하는 후배가 아호를 지어달라고 하길래 순우리말로 된 것을 알려주다가 이를 모티프삼아 쓴 시 모음집이 흙탕물총 탕탕 이다. 읽고나니까 아 그렇구나 싶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건 아니다 싶었다. 게다가 동시집에 들어있는 그림은 너무 화려하거나 과정되어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빼앗고 만다. 맛 있어야 되는 건 국수여야 하는데 밑반찬이 맛있는 것랑 똑같다.

 

올해 읽은 동시집 중 최고는 김환영의 깜장꽃이다. 글도 글이지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시의 느낌을 충분히 살려주는 그림들이 잘 어울려져 있다. 그것이 기준점이 되어서 일지 모르지만 김미영의 동시집은 많이 부족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