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도 행복한 교육/소통하는 교육

수요일이 기다려지는 이유 인천백학초 책읽는 교사모임 책너울

주인공을 찾는 아이 2010. 2. 27. 00:28

학교사회에서 소통이 이루어지는 가장 구체적인 장면은 학교 안 소모임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모임들은 바로 옆에 있는 교사들과 함께한다는 면에서 연대감이 높은데다 학교문화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가장 강한 실천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동안 우리교육은 여러 기획을 통해서 자발적인 교사모임들의 중요성을 알리고 소개해 왔다. 이번 특집에서는 이들 모임들이 어떤 소통을 하고 있고 학교문화를 어떻게 역동적으로 만들어 가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려고 한다. 아울러 다음 달부터는 ‘소통과 연대’라는 작은 꼭지를 통해서 학교 안팎의 다양한 소통의 움직임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가장 강력한 학교개혁은 거대 담론이 아니라 발로 뛰는 현장에서 나온다.


 

 

 

 

수요일이 기다려지는 이유
 인천 백학초 책읽는교사모임 ‘책너울’

 

백학초의 책읽는교사모임 ‘책너울’에 함께하는 교사는 10여 명 정도이다. 전체 50여 명의 교사 가운데 1/5 가까이가 참여하는 셈이다. 처음 모임을 제안했던 문은주 교사는 학교에서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고 고백한다. “제가 느끼기에 백학초는 큰 학교였거든요. 그 안에서 아이들 문제와 교육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구조가 없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한 선생님에게 제가 읽은 어떤 책이 너무너무 좋았다고 말했더니 공감해 주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우리 다함께 모임 한번 해 볼까요?’ 하고 메신저를 날렸어요.” 내 말에 누군가가 반응해 준다는 즐거움이 다른 이들에게도 손을 뻗을 수 있는 용기를 준 것이다. 그렇게 모임이 시작된 지 두 해가 지났다. 격주로 하던 모임도 1주일에 한 번씩 하게 됐다. 책을 매개로 했기 때문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었고, 책 내용을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모임을 하다 보면 당연히 학교와 아이들 이야기로 이어져요. 왕따를 주제로 한 책을 읽으면 교실에서 왕따당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비록 성공 사례는 아니더라도 경험을 공유하면서 힘을 얻죠.” 김정심 교사의 설명이다. 모임을 통해 가장 좋았던 건 바로 이처럼 서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대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육아문제로 2년 반을 휴직했던 박금주 교사는 모임을 통해 학교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복직하고 나서 자신감이 없었는데 모임을 함께 하면서 마음이 많이 편해졌어요. 2년 반이지만 그동안 아이들도 많이 바뀌었고 교직사회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었거든요. 책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교실에서 있었던 경험담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
작년에는 어린이책 작가를 초청하는 행사를 가지기도 했는데, 모임에 참여하지 않는 교사들까지 함께해 축제 같은 자리가 되었다. 모임을 통해서 학교문화에도 긍정적인 바람을 불어넣은 것이다. 학교 밖 학급운영모임을 한 경험이 있는 강현숙 교사는 학교 안 모임의 장점을 이렇게 말한다. “학교 밖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만나 서로 통할 수 있는 것도 좋지만 막상 학교로 돌아오면 나 혼자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요. 어떤 고민이 생겨도 그런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다시 만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구요. 하지만 책너울은 늘 같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더 가깝게 느껴지고 어려움이 생겨도 바로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아요. 결국 누구나 다 학교 안에서 행복해지길 원하지 않을까요.” 박금주 교사는 작년에 백학초로 옮겨 온 첫해, 그 막막했던 마음을 책을 읽고 나누면서 털어놓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김정심 교사는 책너울의 가장 큰 미덕으로 자율성을 꼽는다.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신이 난다는 것이다. 그런 그는 책너울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이렇게 말한다. “여기는 제가 일주일에 한번 크게 숨 쉬는 데에요. 늘 수요일이 기다려지고, 이 모임 덕분에 학교에 오는 게 행복하고 즐거워졌어요. 나만 그런가? 하하하.”


이진주 기자 jinju@uried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