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핀란드-스웨덴교육(안승문선생님)
090225_핀란드교육과_한국교육의_과제-인천_강.hwp
핀란드 교육을 통해 본 우리 교육의 과제
안승문 / 웁살라 대학 객원연구원
1. 세계가 주목하는 핀란드 교육
2008년 4월 22일, 미국의 위스콘신에서는 핀란드 교육전문가를 초청하여 높은 교육적 성취를 보이는 핀란드의 교육개혁 사례를 위스콘신의 교육에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탐색하는 작은 컨퍼런스가 열렸다. NEA 지부인 위스콘신 주 교육연합회와 위스콘신-매디슨 교육대학의 초청으로 온 파시 살베리(Pasi Sahlberg)는 교육연합회와 교육대학, 입법부 및 전문기관 등에서 온 30여 명의 참석자들 앞에서 핀란드 학교의 높은 성취를 가능하게 했던 배경 등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했다. 한 때 핀란드 교사였던 파시는 핀란드 국가교육청과 세계은행을 거쳐 지금은 이탈리아 토리노에 있는 유럽연합 부설 유럽 훈련 재단(European Training Foundation)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핀란드의 국가 교육청 전직 교육청장을 역임했던 까리 핏까넨(Kari Pitk?nen)은 유럽연합(EU)이 지원하는 프로젝트의 하나로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의 교육개혁을 지원하기 위해 사라예보에 파견되어 교육 훈련 팀을 컨설팅 하다가 지난 2008년 8월에 핀란드로 귀국하였다. 핀란드 지방자치단체연합회와 헬싱키 대학이 중심이 되어 설립한 핀란드 컨설팅 그룹(FCG)이라는 회사는 세계은행(World bank), 유럽 위원회(European Commission), 아시아 개발은행이나 핀란드 정부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 터키, 베트남, 네팔, 타지키스탄 등 여러 나라에 교육관련 컨설팅을 하고 있다.
2000년부터 3년에 한 번씩 OECD가 만 15세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 과학, 읽기 및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PISA 연구 결과 핀란드 학생들은 매우 뛰어난 학업 성취 능력을 보이고 있다. 2000년에는 읽기 능력, 2003년에는 수학 능력, 2006년에는 과학 능력에 초점을 맞추어 실시되었는데 핀란드는 2000년, 2003년에 이어 2006년에도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00년에 핀란드는 읽기능력 1위ㆍ수학 4위ㆍ과학 3위를 기록했으며, 2003년에는 읽기ㆍ수학ㆍ과학 1위, 문제해결 능력 2위의 성취를 보였다. 2006년에는 OECD 국가 중 과학과 수학에서 1위, 읽기 능력은 2위의 성취도를 기록하였다.
이와 같이 OECD의 학업성취도 국제 비교연구에서 핀란드의 학생들이 세 차례나 연속 높은 수준의 학업성취를 보임에 따라 핀란드 교육제도의 우수성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핀란드의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거나 학교에서 머무는 시간이 매우 적다는 점, 학교 간 또는 학생간의 성취도의 편차가 크지 않다는 점, 스웨덴을 비롯한 인근 나라나 한국과 같은 나라들에 비해서 1인당 교육비가 저렴하다는 점, 핀란드 학생들은 학교 교육 이외에 사교육을 받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핀란드 학생들의 놀라운 학업성취는 훌륭한 공교육 제도와 성공적인 학교교육 덕분이라는 데 거의 이의가 없다.
핀란드 교육의 이러한 놀라운 성취를 보면서,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 등 영어권 나라들은 물론 독일이나 프랑스까지도 핀란드의 학교교육 모델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각국의 교육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결과, 많은 나라의 교육자들과 연구자들이 핀란드 교육 성공의 배경을 살피기 위해 핀란드 학교와 교육기관을 방문하고 있으며 자기 나라의 교육시스템 향상을 위한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핀란드 교육의 경험을 세계 각국과 공유하기 위해 핀란드 국가교육청에서는 2005년부터 ‘핀란드 교육 성공의 배경’을 주제로 국제 세미나를 매년 개최하기도 했다.
< IMD 교육경쟁력 비교>
항목 |
고등교육인구비율 (학령대비) |
대학교육의 경쟁력 |
교육제도의 경쟁력 |
대학과 기업의 지식이전 정도 |
언어능력 | ||||
순위 |
IMD2005 |
2004 |
2005 |
2004 |
2005 |
2004 |
2005 |
2004 |
IMD 2005 |
1 |
캐나다 |
캐나다 |
핀란드 |
핀란드 |
핀란드 |
핀란드 |
핀란드 |
핀란드 |
아이슬란드 |
2 |
일본 |
아일랜드 |
이스라엘 |
이스라엘 |
아일랜드 |
싱가폴 |
이스라엘 |
아이슬란드 |
스위스 |
3 |
싱가폴 |
일본 |
아이슬란드 |
싱가폴 |
싱가폴 |
호주 |
미국 |
싱가폴 |
덴마크 |
4 |
한국 |
싱가폴 |
미국 |
스위스 |
호주 |
아이슬란드 |
아이슬란드 |
미국 |
핀란드 |
한국:54위 |
한국:59 |
한국:43 |
한국:52 |
한국:21 |
한국:42 |
한국:38위 |
2. 핀란드 교육이 보내는 교육적인 명제들
핀란드 학생들의 학습은 학교와 교실 안에서 끝난다고 할 만큼 핀란드에서의 교육은, 보통 사람들의 정상적인 업무 시간에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통해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핀란드의 학교에서는 가정 형편이나 부모의 학력이나 직업으로 인해 학업 성취도에 차이가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정규 교육과정 외에 별도의 학습을 할 필요가 없게 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학교 안에서도 휴식시간이면 비가 많이 쏟아지는 날을 제외하고는 모두 밖으로 나가 뛰어 놀도록 한다. 몇 주 동안에 걸쳐 보고서를 써내는 숙제를 제외하고는 숙제가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매우 짧은 시간에 해 낼 수 있는 것들이다. 학습에 들이는 시간을 비교한다면, 하루중 학습에 투여하는 시간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면, 핀란드 학생들이 학습하는 시간은 가장 적다. 핀란드 학생들은, 학교 공부가 끝나면 학교 내의 방과 후 클럽이나 지역사회의 다양한 스포츠 클럽, 문화센터나 아트센터 등에서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고 특기를 기른다.
우리나라 학생들과 비교할 때 공부하는 시간이 1/4에도 못 미칠 핀란드의 학생들이 그렇게 높은 학업 성취를 보일 수 있게 된 데는 어떤 배경이 있는 것일까? 핀란드의 교육 정책과 학교의 교육 활동에서 확고하게 견지되고 있는 교육학적 원리는 어떤 것일까?
1) 모든 국민의 평생학습을 국가가 책임진다.
사람은 생애의 모든 단계에서 언제든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 핀란드 교육 정책의 중요한 방향은, 이런 대 전제 아래 모든 국민이 언제든지 자기가 원하는 때에 필요한 교육과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기초학교나 고등학교의 정규 교육 과정에서 충분히 배우지 못한 것은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성인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 언제든지 다시 배우고 보충할 수 있다. 직업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다가 자기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때에 대학에 입학해 공부할 수도 있다. 이처럼, 핀란드에서 학교교육은 전 생애에 걸쳐서 이루어지는 평생학습의 한 부분일 뿐이다. 모든 사람은 생애의 모든 단계에서 언제든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은 기초학교에서 성인교육에 이르기까지 핀란드 교육이 강조하는 중요한 원칙이다.
2) 국가는 국민의 세금으로 모두에게 최상의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한다.
1968년부터 지금까지 핀란드 교육이 추구해 온 핵심적인 목적은 나이나 거주지, 경제적인 형편, 성이나 모국어와 관계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동등하게 제공하는 것이었다. 모든 국민은 차별 없이 질 높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그런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최상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책임이 있다. 핀란드에서 교육은, 만 6세 취학전 교육으로부터 대학원생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무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의무교육 단계인 7세부터 16세에 까지의 종합학교에서는 학습에 필요한 자료, 학교 급식, 보건과 진료, 상담, 심리 서비스 등 모든 것이 무료로 제공되어야 하며, 집 가까이에 학교가 없어 5Km 이상의 거리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교통비도 제공해야 한다. 고등학생과 대학생, 대학원생은 국가로부터의 학업지원금을 받으며 필요한 경우 생활비와 학자금 융자를 받아 독립적으로 생활하면서 학교에 다닐 수 있다.
핀란드에서 교육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자신의 부담으로 구매해야 할 상품이 아니라, 핀란드 국민이라면 누구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제공받고 보장받아야 할 권리이다. 교육은 건전한 핀란드 시민을 육성하는 일이자, 핀란드 경제를 발전시킬 노동력을 기르는 길이며, 핀란드의 사회와 문화, 공동체를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관점이 바탕이 되어 있다.
3) 모든 교육은 통합교육(inclusive education)의 원칙에 따라 조직되고 운영한다.
핀란드에서는 학습 속도가 느린 학생은 물론 특수교육이 요구되는 장애를 가진 학생까지도 같은 학습 집단 안에 통합시킨 상태에서 교육을 해야 한다는 매우 확고한 교육 철학과 교육학적 원칙을 가지고 있다. 학습이 부진한 학생을 위해서는 특수 교육적 관점에서 일시적으로 특별한 학습 기회를 주거나 보충 지도를 하는 일은 있지만, 학습 속도에 따라 수준을 나누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지방자치단체나 학교 또는 교사가 어떤 이유로든 학생들에게 차별적인 학습이 조장되도록 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학교나 교사들은 교육의 과정에서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소외되거나 배제됨이 없도록 해야 한다. 모든 학생들은 통합적인 학습 환경 속에서, 개개인이 가진 학습 요구에 맞게 개별화된(individualized)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배려해야 한다.
통합교육을 중시하는 배경에는, 학생들의 공동체 안에서 느끼는 인격적 자존감과 학습을 위한 흥미와 동기, 앞서는 학생과 뒤지는 학생간의 인격적 교류가 교수나 학습의 효율성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확고한 교육학적인 관점이 있다. 핀란드 정부가 1972년부터 종합학교(comprehensive) 제도를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1980년대 중반부터 능력에 따른 교육(이른바 수준별 교육)을 폐지한 것도 이런 통합교육의 원칙에 대한 충실하기 위한 것이었다.
4) 교사의 지성적 책무성을 신뢰하고, 교육 전문가로서의 자율권을 존중한다.
오늘날 핀란드 교육성공의 핵심 요인은 유능하고 열정적인 교사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교사는 핀란드 사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업 중의 하나이다. 교사들의 양식과 전문성을 신뢰하고, 교육자로서의 자존감과 전문적 자율성을 존중해 주며, 창의적인 교육활동을 하도록 격려하고, 더 좋은 교육을 위해 필요한 교육 여건을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핀란드 교원정책이 핵심이다.
핀란드에서는 학교교육과 교과목별 교육 목표와 원칙은 정부가 정하지만,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교재를 선택하고 교수 방법을 결정할 책임과 권리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아래 학교와 교사들이 갖는다. 정부는 교육과정 운영을 창조적이고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국가 수준의 어떠한 획일적인 표준도 강요하지 않는다.
어떤 참고 자료를 활용해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는 전적으로 교사들의 권한이며, 교사는 교육과정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 다양한 창조적인 시도를 할 수 있다.
핀란드의 교사들은 5~6년에 걸친 교사 양성 교육을 통해 석사 이상의 학위를 얻은 사람들이다. 핀란드의 교사들은 법률가나 의사에 못지않은 사회적 대우를 받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교수와 비슷한 수준의 사회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5) 학교와 교사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율과 자치를 보장한다.
핀란드의 교육 행정과 학교 운영, 교실 수업을 관통하며 작동하고 있는 것은 바로 ‘민주적인 소통과 자율과 자치의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부에서 단위 학교에 이르기까지 어떤 강압적인 지시나 명령 체계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합의된 교육 목표와 교육 과정을 실현시키기 위한 긴밀한 소통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자율과 자치의 민주적인 원리가 작동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핀란드에도 오랜 동안 교육부와 교육청이 지침을 제시하고 학교에서 제대로 이행되는지를 확인하고 독려하는 관료주의적인 장학 감사 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에 교육청에 의한 장학 감사(inspection) 제도를 폐지하여, 학교와 교사의 자율성과 책무성에 기초한 학교 운영의 기틀을 확고히 하였다.
장학 감사가 폐지되고 교사들의 자율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교사들은 학생들의 효과적인 학습을 가능하게 하고 학업 성취를 높이기 위한 대안적이고 창조적인 교수 전략과 교수법, 교육학적인 시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파시 살베리(Pasi Sahlberg)의 표현대로 강요된 책무성이 아니라 지성적 책무성(intelligent responsibility)이 효과를 발휘하게 된 것이다.
장학감사가 폐지되면서 새로 도입된 시스템은 ‘학교 자율평가 제도(self eval!uation plan)’이다. 이 새로운 시스템은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에스뽀 시 기초학교의 경우에는 3년에 한 번씩 학교 스스로 작성한 ‘학교 자율 평가서’(15~20쪽)를 지방자치단체 교육국에 제출하고 피드백을 받아 필요한 경우 학교 구성원들이 발전계획을 만들어 제출하고 실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학교 자율 평가 제도’는 일종의 설문조사 방식을 포함한 학교운영 평가, 교육 과정 평가, 교원 평가, 학교장 리더십 평가가 통합된 시스템으로, 에스뽀 시의 경우 △학교와 가정의 의사소통은 활발한가, △학부모ㆍ학생ㆍ교사의 학교운영과 교육활동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학생과 교사의 협력은 어떠한가, △교육과정 운영은 잘 되고 있는가, △우리가 좀 더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학교장의 리더십은 어떠한가? 등의 항목으로 자율적인 평가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러한 학교 자율평가를 통한 자치 시스템은 학교장과 교사들의 창의성과 책무성을 크게 높여주었고, 학교와 교육시스템 전체의 질 높은 성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6) 모든 학생과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획일적인 평가는 교육적이지 않다.
많은 나라에서 국가적 표준을 강요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것이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성취도 평가이다. 핀란드에는 기초학교 9학년 때 치르는 국가 시험(우리나라의 중학교 3학년 때 하는 성취도 평가)과 인문 고등학교 3학년 때 치르는 국가 시험(대학입학 자격시험-National matriculation examination)을 제외하고는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어떤 의무적인 표준화된 시험도 없다.
2003년부터는 국가교육청 아래 학교 평가를 지원할 독립기구로 학교평가심의회(School Eval!uation Council)를 설치하여 무작위로 선정된 학교의 5~10%에 해당하는 표집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학업성취도 연구를 하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대상이 된 학교들이 교육의 질제고 방안을 모색하도록 하고 있다. 표집대상으로 선정되지 않은 학교들도 원할 경우 평가문항을 구매해서 평가에 참여할 수는 있다. 전국적으로 실시된 평가결과는 주제별로 분석되고, 응시한 학교 교사들에게 전국 평균과 함께 해당 학교의 평균이 제공되지만, 점수 분포를 학생이나 학부모 또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7)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학습할 수 있도록 학급을 편성한다.
핀란드 교육자들은 비슷한 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따로 나누어 가르칠 때(homogeneous group) 학습 효과가 높을 것이라는 교육학적 가정을 인정하지 않으며,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을 때(mixed-ability group) 더 좋은 학습 효과를 거둔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핀란드 내부에서도 다양한 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섞여 있을 때 성취도가 더 높다는 연구가 있었다. 핀란드 교육자들은 PISA 연구 결과가 자신들의 교육학적 확신을 국제적으로 확인시켜주었다고 믿는다.
핀란드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동일한 학습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면서 같은 속도로 학습해야 한다는 산업사회의 공장식 교육학적 가정을 부정한다. 따라서, 모든 학생들이 동시에 교사의 강의를 들으면서 똑같은 내용을 같은 속도로 학습할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문제를 풀거나 글을 쓸 때에도, 더 빨리 해 내는 학생이든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학생이든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해 내면 동일하게 능력을 인정해 준다.
그 대신 핀란드의 교육은, 모든 학생은 가정 환경이나 이전 경험의 차이에 따라서 학습의 속도가 다를 수 있고, 같은 나이의 학생들일지라도 관심과 흥미를 느끼는 분야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핀란드에서는 그 대신 학생들 개개인이 가진 개별적인 특성이나 조건, 학습 욕구에 맞추어진 개별화 학습(individualized learning - 개인 맞춤형 학습)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며, 학생-교사-학부모 대화를 통해서 ‘개인별 학습 계획’(individeual learning plan)을 세워 개인별 필요에 맞춘 학습이 활성화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8) 학습이 부진한 학생은 그 원인을 찾아내어 조기에 특수교육적인 지원한다.
핀란드의 학교를 방문해서 교사들에게 학습 속도가 빠르고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어떤 배려를 하는지 물으면 잘 하는 학생들이 더 잘하게 하기 위한 특별한 노력은 하지 않으며, 교육과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뒤떨어지는 학생이 있으면 그 원인을 파악하고 특수교육적 지원을 하기 위해서 더 많은 시간과 1.5배 이상의 예산을 들인다고 한다. 또, 특별한 장애를 가진 학생만이 아니라 학습이 부진한 정상 학생들에게도 특수교육적 관점에서 접근한다고 한다.
핀란드에서도 이해력이 높고 학습 속도가 빠른 학생들이 그런 특성을 살려 더 많은 것을 학습할 수 있도록 지도 조언을 해 주지만 그것은 일상적으로 해야 하는 당연한 교육활동의 하나일 뿐 이른바 영재성을 길러주기 위한 별도의 조치나 지원은 없다는 것이다. 물론,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특정 교과목에서 눈에 띄게 뛰어난 성취를 보이는 학생을 대학과 연결시켜 별도의 학습기회를 갖게 하기도 하고, 2년 만에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도 있게 하고 있지만 그다지 권장하지는 않는다. 학생들에게는 교과목 학습 이외에도 정신적 신체적 성숙과 사회적 발달을 위해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 많으며, 학업 성취가 빠르다고 그 많은 일들을 소홀히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핀란드 교육자들은, 심각한 장애를 가진 경우가 아닌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육과정 목표를 정상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학습이 부진한 학생에게는, 가정에서 부모의 관심과 격려가 부족했거나, 학습에 필요한 기본 개념에 대한 이해나 준비가 부족하거나, 학습하고자 하는 동기를 갖지 못했거나, 공부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있거나, 친구나 선생님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거나, 학급 규모가 너무 커서 교사의 배려가 부족하거나 어떤 이유가 반드시 있다고 믿는다. 학교와 교사의 역할은 정상적인 학습을 방해하는 그런 요인을 찾아내어 없애주고, 학생이 학습 동기를 갖고 스스로 공부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9) 영유아 교육에 특별히 투자하고, 학습 부진 학생을 조기에 발견해 지원한다.
핀란드의 정부 정책의 기본은 어린 나이의 어린이들에게 충분한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 단계의 유아기부터 충분한 보살핌을 제공하여 초등학교 이후의 성장 발달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차별과 불평등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핀란드에서는 0~5세의 유아들을 보살피는 보육교사를 어린이 5명당 1명 정도 확보하도록 하여 섬세한 보살핌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만 6세나 기초학교 저학년 단계에서도 인지 능력이나 학습 능력에 부진이나 문제점이 발견되는 경우 특수교사나 심리학자, 사회복지사 등이 협력하여 조기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 안에는 학교장, 간호사, 카운슬러, 심리학자, 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학생복지팀이 구성되어 있으며, 사안에 따라 학급 담임을 비롯한 관련 교사들이 함께 참여한다.
10) 충분히 휴식해야 효과적인 학습이 가능하다 - 쉬는 시간에는 나가 놀아야 한다.
핀란드 교육의 또 다른 특징은 학생들로 하여금 수업과 공부에만 힘쓸 것을 요구하지 않고 수업 중간의 휴식과 방과후의 여가활동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핀란드에서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지 않는 쉬는 시간에 아무리 추운 날에도 한 학생들이 밖에 나가 놀도록 권장하고 있다.
핀란드의 학사일정은 긴 여름방학과 짧은 겨울 방학을 특징으로 하고 있지만, 할로윈 축제 기간을 비롯해서 학기 중간 중간에 며칠 씩 또는 한주일 동안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배치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핀란드의 대부분의 종합학교와 고등학교의 2008~2009학년도의 학사일정과 공휴일은 대략 다음과 같다.
즉, 2008년 8월 11~12일에 새 학년을 시작하여, 42째주 또는 43째주에는 3~4일 또는 한 주일 정도 계속되는 가을 휴가가 있다. 거의 모든 학교들은 12월 22일부터 2009년 1월 5~7일 사이에 크리스마스 휴가를 갖는다. 겨울 휴가는 지역적으로 구분되는데 핀란드 남부에서 8째주에 시작되어 북부로 갈수록 9째주 또는 10째주에 있다. 08/09 학년도는 2009년 5월 30일에 끝난다.
11) 교육적인 관점과 철학을 바탕으로 범정파적 협력 속에 일관성 있는 교육정책을 펼친다.
핀란드 교육이 오늘날과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게 된 데는 여야 정당을 떠난 범 정파적인 합의와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교육 체제로의 개혁이 본격화되었던 7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핀란드 교육정책의 특징은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정책이 요동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핀란드 교육개혁 정책의 산 증인이자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온 사람은 1972년부터 1991년까지 핀란드 국가 교육청장을 맡았던 에르끼 아호(Erkki Aho)이다. 전직 교사이며 대학에서 교육심리학을 연구하기도 했던 에르끼 아호는 정권이 여러 번 바뀌었을 20년 동안 교육청장으로 있으면서 정치인과 교육자들을 설득하여 핀란드 교육의 오늘이 있게 한 핵심적인 인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에르끼 아호와 핀란드 교육자들은 교육이 지향할 가치와 철학과 원칙에 대한 일관된 입장과 비전을 견지하면서 종합학교 제도 도입, 교육과정 개혁, 고등학교 개혁, 교사교육의 혁신 등을 성공적으로 추진하였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경제학자들과 정치인들이 나서서 효율성과 경쟁 만능의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을 때 핀란드의 교육자들은 복지국가적인 교육개혁에 대한 신념과 원칙을 지키면서 정치인들과 협력하여 지금의 핀란드 교육 신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에르끼 아호를 비롯한 핀란드 교육정책 담당자들은, 정상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사 한 사람이 보살필 수 있는 학생 수가 적정선을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교육학적 원칙으로 정치권을 설득하여 교사와 학생들에게 최적의 교수-학습 여건을 마련하는 데 투자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핀란드 정부는 80년대부터 학급 규모를 축소하여 2002년 기준으로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1~6학년) 15.5명, 중학교(7~9학년)는 10.6명, 고등학교는 16명 규모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2002년에 우리나라는 교사 1인당 초등 31.4명, 중학교 20.7명, 고등학교는 16.5명이었다)
3. 한국 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핀란드 교육을 살피다 보면, 핀란드가 지금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을 상대로 하나의 거대한 교육학적 실험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신자유주의니 반신자유주의니 하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훌쩍 뛰어넘어선 교육제도, 인간교육의 철학과 공동체적 상생의 원리,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대의에 충실하면서 개인의 학습 선택권을 충실히 보장하고 기업의 요구나 국가 경쟁력의 향상에도 크게 기여하는 21세기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은 어떤 것인지를 실천으로 보여주는 거대한 실험 말이다.
핀란드의 교육개혁 사례는 무엇보다도, 교육자들의 올바른 교육적인 관점과 철학이 합리적인 정치와 만날 때 교육개혁은 성공할 수 있으며, 교육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방향과 원칙에 대해 교육계와 정치인과 시민사회 단체가 함께 하는 범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야 말로 성공적인 교육개혁의 필요조건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런 맥락에서, 핀란드 교육개혁 모델의 성공 요인을 살피면서 한국의 정치인과 교육행정가와 교육자들이 꼭 되새겨 보아야 할 메시지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1) 소통과 연대, 생태적 공생 등 21세기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이 절실하다.
21세기 새로운 사회는 개개인으로 하여금 새로운 역량과 새로운 삶의 자세를 요구한다. 20세기가 경쟁과 탐욕, 독점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배려와 연대, 소통과 나눔으로 공존 공영하며 평화와 행복을 누리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21세기를 희망의 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창조적으로 소통하며 협력할 줄 아는 사회적 역량’,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위한 생태적인 자세’ 등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2) 이기심과 탐욕의 교육이 아닌 공생과 협력을 가르치는 교육이 시급하다.
‘세계화’와 ‘경쟁력’을 외치면서 무한 경쟁을 부추기고 탐욕을 미화했던 신자유주의, 온 세상에 탐욕의 제국을 건설하려 했던 다국적 기업들은 인류에게 막대한 손실을 안긴 채 쇠락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기심과 욕망을 지키기 위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자연과 삶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 일어서야 한다. 우리 교육은 학생들이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공생과 공영을 위한 나눔과 비움의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3) 범국민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국가적인 교육 목적과 원칙을 세워야 한다.
교육은 개개인으로 하여금 온전한 발달과 전인격적인 성장을 촉진하며, 공동체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교육은 개개인의 인간다운 삶에 필요한 능력을 길러주며, 삶의 조건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한 안목과 창조적인 능력을 계발해 주어야 한다. 그런 교육을 위해서는 민주주의와 상호 존중, 허심탄회 하고 열린 소통, 공동체적 협력과 나눔, 자신과 사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중요하다.
4) 모든 학생들에게 최상의 교육을 차별없이 제공하는 데 재원을 집중시켜야 한다.
공교육은 모든 학생들에게 최상의 교육, 최적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소수의 특권적인 학교를 만들어 학생과 학부모들의 경쟁을 부추기고 사교육 시장에 불을 붙이는 교육 정책들은 폐기되어야 한다. 교육에서의 차별을 제도화하고 이기심과 탐욕을 자극하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다. 대통령과 정부, 시도 교육감들은 모든 학생들이 새로운 시대를 위해 필요한 창의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해야 한다.
5) 교사들의 교육학적 역량을 강화시키고,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노력이 시급하다.
정부는 모든 교사들이 교육자로서의 소명감과 자존감을 회복하고, 교육적인 권위와 사명감을 가지고 창조적인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동원해서 총력 지원해야 한다. 교육부는 교사들을 폄하하고 적대시했던 부정적인 교육정책들을 폐기하고 전국의 교사들이 열정과 의지를 모아 새로운 학교, 새로운 교육이 실현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교사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주도적인 참여를 끌어내지 못하는 교육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6) 다양한 배경과 능력의 학생들을 함께 가르치는 통합적 접근이 중요하다.
학교는 다양한 배경과 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어우러져 배려하고 협력하며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공동체를 가꾸는 능력, 즉 민주시민으로서의 생활 능력을 길러주는 나눔과 배움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장애 학생들까지도 통합적 교육을 하기 위해 배려하고 노력하는 핀란드 교육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바로 그런 교육적 철학과 관점이다. 일부 특별한 학생들만 모아서 특별히 교육을 시키겠다는 발상은 자연의 섭리에도 어긋남은 물론, 이기심과 갈등을 부추겨 인격 형성은 물론 사회의 통합적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7) 영유아 보육과 만6세, 초등 1~3학년에 대한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특히 1~5세 아동 보육과 만 6세 유치원교육 초등 저학년생 교육을 위해 획기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교육의 불평등이나 학습 부진은 영유아 단계에서부터의 양육 환경의 차이와 발달 여건의 결손에서 연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습지 노동자들이나 대졸 실업 여성들을 영유아 보육 보조교사로 재교육해 배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영유아 7~8인당 1명 정도의 보육교사를 배치해야 한다. 만 6세 유치원 교육은 국가가 전액 무상으로 지원하고, 초등 1~3학년 학생들부터라도 급당 25명이 되도록 교사와 교실을 확보하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8) 개인별, 그룹별 학습 계획을 세워서 자율적으로 학습하도록 해야 한다.
21세기는 교사가 주도하는 획일적인 교육이 아니라 학생이 주도하는 자발적이고 다양한 학습이 중요한 시대이다. 지금까지의 학교교육은 같은 연령대의 아이들을 학급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똑같은 내용을 똑같은 속도로 학습하도록 강요해 왔다. 모든 학생들은 자기의 학습 능력과 흥미, 관심에 맞추어 공부할 권리가 있다. 학생들은 저마다의 인지적 발달 수준에 맞게 자기 스스로 학습계획을 세우고 자신에게 적합한 속도로 학습할 수 있어야 한다. 21세기에는 강요된 20세기적 교육 패러다임은 폐기되어야 한다.
9) 교육과정을 유연화하고 주관식 평가로의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창의적이고 다양하며 미래지향적인 학습이 가능하려면 교육 과정과 교과서, 교수 방법이 크게 다양화 되고 자율화되어야 한다. 진정으로 창의적이고 다양한 교육이 가능하려면 국가 교육과정이 지나치게 세부적이지 않고 학년별로 구분되지 않아야 하며, 교사들이 교과서와 교육내용 및 교육방법 선정에서 자율성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일제고사와 같은 전국적인 획일적인 평가를 없애고, 객관주의적 선다형 평가 방식을 점차 폐지하며, 학생들의 맥락적 지식과 사고력을 평가할 수 있는 주관식 평가가 도입되어야 한다.
10) 교사들의 교육학적 재정립과 교수법 연구 실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인터넷과 정보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의 교수-학습 방법은 과거와 크게 달라져야 한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관심과 요구에 맞게 개인 또는 그룹별로 세운 학습 계획에 따라 자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수업은 교과서 지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교사가 주도했던 패러다임을 뛰어넘어야 한다. 그런 교수-학습이 가능하도록 수업 설계를 하고, 자율학습을 지원하기 위해서 교사들은 새로운 교육학적인 능력을 길러야 한다. 정부와 시도교육청은 교사들의 새로운 교육전문성 수업전문성 향상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11) 자격 있는 사교육 종사자들을 보조교사로 채용하고, 학원교육은 강력 규제해야 한다.
국가가 국민의 세금으로 책임지는 공교육은 더욱 강화되고 시대 변화에 맞게 개혁되어야 한다. 또, 단편적인 지식 암기와 점수따기 경쟁에 아이들을 몰입시키는 교육, 창조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력을 마비시키는 사교육은 폐기되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공교육의 기능과 교사들의 교육적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하고,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교육 종사자들이 보조교사로 일하도록 학교에 일자리를 마련하는 중장기 대책을 전제로 사교육(詐교육)을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
12) 교사들과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새로운 학교 만들기 운동이 필요하다.
우리 교육문제는 교육부나 교육청 관료나 학교, 교사들에게만 맡겨두어서는 제대로 풀릴 수 없다. 새로운 시대의 교육은 교육계 안팎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가능해 진다. 무너져가는 교육을 되살리려면 교사, 학부모, 학생들은 물론 사회단체, 지역사회 전문가, 정치인, 기업인, 문화예술인, 언론인 등 모두가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한다. 2009년에는 전국의 각 시도나 시군구에서 이런 사람들이 모여 자기 지역사회 안의 학교와 교육을 더욱 새롭게 발전시키기 위한 공동의 고민과 토론을 시작해야 한다.
13) 교육 개혁의 커다란 방향과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 교육은 한 두 가지 정책 수단으로 단기간 안에 바로세워질 수 없으며,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 안정적인 정책적 실천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육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성찰과 대화가 선행되어야 하며,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과 가치, 원칙과 철학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10~20년을 내다보는 미래지향적 안목으로 우리 교육의 발전을 위한 비전을 함께 만들고, 그것을 실현시킬 일련의 정책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교육개혁은 성공할 수 있다.
4.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교육을 위하여
3. 새로운 학교, 새로운 교육을 위한 모색 - ‘21세기 학교 만들기’
1) 완전히 새로운 21세기형 학교(교육)를 만들기 위한 본격적인 설계와 준비
-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학습, 새로운 학습을 위한 공간과 조직, 새로운 학기제 등 탐색
- 학생-교사-학부모-학교장-지역사회-각 분야 전문가, 기업 등이 함께 발전시켜가는 학교
- 획일적인 교육과정, 교과서와 교과간 장벽, 객관식 위주 평가, 일제고사 등을 뛰어넘는 학교
- 지역 사회의 보육센터, 교육문화센터, 평생학습 센터, 작은 도서관을 겸하는 새로운 학교
2) 21세기 학교에서 실행할 새로운 교육 과정, 교육 내용, 교육 방법의 정립
- 참교육 운동 및 대안교육 운동의 교육학적 연구 실천 성과들을 교육과정으로
- 프레네, 몬테소리, 발도르프 등 국제적인 신교육운동의 교육학적 성과를 교육과정으로
- 우리 민족이 면면히 발전시켜 온 전통 생활 문화와 삶의 지혜를 교육과정으로
- 교수(敎授) 중심이 전통적인 교육이 아닌 학습 중심의 새로운 개념의 교수법 실현
3) 공사립 학교들을 21세기 학교로의 변화시키기 위한 개혁 프로그램의 추진
- 지역별로 가능한 학교부터 21세기 학교로의 변화와 개혁을 위한 계획의 수립 및 추진
- 각급 학교와 대학과 시민단체, 교육청, 지자체가 함께 하는 단기 및 중장기 프로그램
- 농어촌 학교 및 소규모 학교, 대도시 거대 과밀 학교, 담임 중심 초등학교 개혁 프로그램
- 교사-학교장-학부모-학생의 조율과 합의를 거쳐 새로운 학교로의 전환을 결의
- 현행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넘어서는 자율화와 유연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앞장서 실행
4) 교사-교수-지역 전문가가 연대하는 21세기 교육 학습 모임의 활성화
- 학교 단위, 지역(시군) 단위의 교사 자율연구 모임, 교사-교수 합동 연구팀 활성화
- 팀별로 21세기 교육을 위한 연구 실천 프로젝트 계획을 세워 실행하도록 예산 지원
- 지역사회의 특별한 요리, 특산물 등 특정 부문의 장인, 문화 예술인, 다양한 전문가 참여
- 학부모 가운데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을 발굴해 특강 듣거나 연구팀에 함께 하기
- 팀 자체의 워크숍, 지역의 교사-학부모-시민들을 위한 컨퍼런스, 실천 사례 발표 등
5) 과감하고 적극적인 교사 교육 및 재교육 프로그램 수립 및 추진
- 새로운 개념의 교사 교육ㆍ재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 시행을 위해 과감한 예산 편성
- 사대, 교대, 교원단체, 분야별 전문가, 교육청이 참여하는 21세기 교사 교육 네트워크 추진
- 실천 중심의 교사 교육을 위한 교사-교수 상호 교류 및 국제적인 교사 교류 확대 추진
- 교사를 불신하고 폄하했던 교원정책 패러다임을 교사를 신뢰하고 지원하는 패러다임으로
6) ‘희망의 21세기, 새로운 교육’ 사회적인 토론과 대화 마당 개최
- 창조적인 21세기는 어떤 능력을 가진 인재를 요구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해답 찾기
- 21세기적인 능력을 기르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 창조적인 성취 경험과 사례 공유
- 단편적 지식 암기나 점수 따기를 뛰어넘는 신개념 학습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공유
- www.ted.com 등의 신개념 평생학습 사례를 참고하여 한국형 대중 컨퍼런스 모델 개발
4. 참고 : 새로운 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교육
오늘의 교육 |
내일의 교육 |
승자독식의 교육 |
공존과 공유의 교육 |
경쟁의 교육 |
협력의 교육 |
점수를 위한 교육 |
성장과 발달을 위한 교육 |
칸막이로 나눠진 단절의 교육 |
칸막이 없는 소통의 교육 |
가르침이 중심이 되는 교육 |
배움이 중심이 되는 교육 |
교사 주도의 교육 |
학생 주도의 학습 |
자연과 환경을 착취하는 교육 |
자연 환경과 함께 하며, 자연에서 배우는 교육 |
지속 불가능한 교육 |
지속 가능한 교육 |
타율의 교육 |
자율의 교육 |
주장과 독선의 교육 |
설득과 합의의 교육 |
틀에 끼워 맞추는 교육 |
틀에서 해방시키는 교육 |
교육자들만의 교육 |
사회와 함께 하는 교육 |
개별 정책을 통한 교육 |
시스템을 통한 교육 |
부정의 교육 - 부정적인 점을 찾고 없애려는 교육 |
긍정의 교육 - 긍정적인 면을 찾고 키워주는 교육 |
입시를 위한 지식 교육 |
삶을 위한 생활 교육 |
상상력을 죽이는 교육 |
상상력을 길러주는 교육 |
복종의 교육 |
도전의 교육 |
창조성, 창조력을 죽이는 교육 |
창조성, 창조력을 살리는 교육 |
암기와 주입의 교육 |
탐구와 실습의 교육 |
교육청 관료, 장학사 주도의 교육 |
학교장, 교사, 학생, 학부모 주도의 교육 |
학생 학부모를 배제하는 교육 |
학생 학부모와 함께 하는 교육 |
5. 새로운 교육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기대하며….
핀란드 의회의 상임위원회중 하나인 미래위원회(위원장 마르야 요한나 티우라, Marja Johanna Tiura)에 따르면, 4년 임기의 핀란드 정부는 임기 중 적어도 1회 이상, 15년 후의 국가발전 방향과 트렌드를 예측한 국가미래보고서에 중장기 국정과제와 해결 방안을 담아 국회와 국민에게 보고해야 하며, 의회는 이를 검토하고 평가하여 좀 더 다듬어진 최종 보고서를 완성하도록 한다고 한다.
핀란드가 도입한 미래위원회와 국가미래보고서 제도처럼, 얽히고설킨 우리 교육문제도 눈앞의 현안에 대한 찬반 논란이나 온갖 이해관계들을 뛰어넘어, 10년이나 15년 후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좀 더 ‘큰 논의’를 해 볼 수는 없을까? 교육의 미래를 위해서 허심탄회하게 둘러 앉아 각자의 요구와 저마다의 처방전을 털어놓고 조건 없이 얘기를 시작해볼 수는 없을까?
교사들과 교육전문가들이 교육개혁의 원칙과 방향에 대한 초안을 잡고, 교육문제에 관심이 많은 교육단체나 시민사회 단체들과 조율하고 의견을 반영하여 1차로 보완하고, 교과부 등 정부 당국자들이나 시도 교육감과 교육위원들, 시장 도지사와 시도의원들과 협의하여 가다듬고, 이 모든 과정에서 여야 정치인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조율하여 마침내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교육에 대한 큰 협약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대립’과 ‘비난’과 ‘갈등’의 소모적인 역사를 청산하고 ‘대화’와 ‘소통’과 ‘협력’의 미학이 우리 교육의 희망찬 미래를 여는 데 힘을 발휘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핀란드 교육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관건은 바로 핀란드 교육이 가야 할 큰 개혁의 방향과 원칙에 대해 핀란드 교육자들과 핀란드 국민들과 정치인들이 크게 합의할 수 있었던 것이라던 에르끼 아호. 핀란드에도 교육개혁에 대한 견해 차이와 그로 인한 갈등이 있었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커다란 공감과 합의를 만들어낸 것이 성공적인 개혁의 열쇠였다고 강조하던 에르끼 아호의 체험담처럼, 우리나라의 교육문제들도, 갖가지 이해관계와 입장 차이를 뛰어넘는 허심탄회한 대화와 통 큰 합의를 위한 노력을 시작할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될 것이라고 믿는다. ■